빛, 풍경의 언어를 읽다
오거서루 拔 본문
‘오거서루’ 여섯 멤버들은 모두 소헌 서실에서 수학한 동문 출신들로서 서예로 평생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다. 모두가 출중한 글 솜씨로 목하 “한국 서단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게감을 보인다.
‘오거서루五車書樓’는 ‘선비라면 족히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그룹의 리더 격인 한얼 이종선李鍾宣 1953~ 씨가 한문 스승인 重山 허호구 선생에게서 받은 이름이다. 원래 한얼 이종선과 나현 이은설, 이촌 김재봉, 우현 이재무, 유재 임종현 등 5인으로 시작했다가 7년전 우현이 급작히 세상을 떠나면서 그 빈자리에 남경 김현선, 우봉 이정철이 합류했다. 서울 종로의 수운회관에서 요일별로 나누어 서예교실을 운영하며 30년간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곁에서 지켜본 ‘오거서루’의 면면에서는 ‘자유로운 은군자隱君子’ 이고자 했던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삶이 비쳤다. 무작위, 고요, 탈속, 무 흔적의 삶을 추구한 게 노장老莊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에게서는 즐겨 가장자리에 서서 중심이 놓치는 걸 살피는 섬세한 감수성과 ‘해질녘 언덕에 서서 소나무를 쓰다듬는’ 도연명의 고독이 읽힌다. 그런 깊고 섬세한 시선과 고독한 자유로움이 글씨에 배어난다.
‘오거서루’는 ‘서여기인書如其人’을 따른다. ‘서예가 그 사람됨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글자의 뜻을 품고 쓰는 이의 교감도 담아내야 표현에 생명이 깃드는 까닭이다. 어려서부터 유학에 천착하며 물리를 깨친 그들의 생김이 글자를 지배하고 있다. “절제하고 순리를 따르려는 풍격으로 문기를 갖추고 서격을 높여야 한다”라고 여긴다. 그러고 보면, 서예는 ‘문사철文史哲’의 결정結晶임에 분명하다. ‘마음에 늘 간직한다’라는 뜻을 담은 남경 김현선 씨의 당호堂號 ‘복응당服膺堂’이 그들이 서예에 임하는 정신을 담은 게 아닐까, 여겨졌다. 한얼이 덧붙인다.
“호연지기浩然之氣도 필요하고, 일반의 가치관과 거리를 둘 수도 있어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어요”
서예에 임하는 자세도 순리를 좇아야 한다고 여긴다. ‘능한’ 글씨를 경계하려는 이유이다.
“글씨는 능能하게 쓰는 것보다 순順하게 쓰는 게 어려워요. 오래 쓰다보면 능해지지만, 그게 좋은 글씨는 아니예요. 힘을 빼고 순하게 쓰는 글씨가 좋은 글씨죠”
오거서루’는 “셋만 모이면 다툰다.”는 속설을 깨고 30년간 형제의 우의를 지키며, 아름다운 길벗으로서 한국서단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동근이지同根異枝의 출중한 재사들인데 오랜 시간 시기나 질투 없이 우정을 지속해온 비결이 궁금했다. 유재 임종현 씨가 답했다.
“모두가 자신만의 색깔을 내려고 절차탁마합니다”.
나현 이은설 씨도 같은 말을 했다.
“스스로가 문제지 다른 이들을 의식하진 않습니다”.
“과연!” 필자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들에게 라이벌은 동료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남다르고 싶다”라는 욕구가 그들의 발전을 추동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스승 아래서 동문수학한 인연들이라 닮은꼴을 벗어나려 애를 써야 했다. ‘오거전’도 자기들만의 틀이 굳건해진 다음에 열려는 생각에 아직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느듯 맏형 세대가 된 ‘오거서루’를 바라보는 서단의 시선은 각별하다. 서단에 미칠 역할과 앞으로 이들이 펼쳐 갈 작품세계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예가 스스로를 수양하고 항심을 유지하게 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어 첨단 전자 문명에 찌드는 현대인의 심성을 계발해줄 예술”이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하는 일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오거서루’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들의 동행이 계속 될 것을 믿으며, 서단의 아름다운 역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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