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풍경의 언어를 읽다
소지(昭志) 강창원 선생의 글씨를 만나다 본문

추사의 대련
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

판교 정섭의 글씨 - 난득호도(難得糊塗)
춘천의 한 북 카페에서 昭志 강창원 선생의 글씨와 조우했다
지인의 안내로 들른 길이었다
북 카페였는데 고서들보다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추사의 대련이며 청나라의 천재 판교 정섭과 우리나라의 검여 유희강(
劍如 柳熙綱, 1911~1976),
여초 김응현(如初 金應顯, 1927~2007),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玉, 1929~ )의 글씨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시경, 노자의 문장, 소동파를 비롯한 당송 시대 시인들의 시, 양주 팔괴 정섭, 이순신 장군의 글,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문 한문본들이다
그 사이로 한 글씨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비붕(
飛鵬)이라는 두 글자였는데 '鵬'자의 '月'자 두 개가 하나는 비스듬히 누웠고,
다른 하나는 조금 균형을 잡아주는 듯 비교적 곧게 썼다
그 옆의 '鳥'자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였다
획의 마무리에서도 장인의 내공이 감지된다
전통을 제대로 익힌 뒤에라야 비로소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 variation이었다
그것이 소지 선생의 글씨였다
그런 선생의 작품이 수십 점이나 보인다
영혼이 자유로운 서체였다삐뚤하게 써 내려간 줄이 있는가 하면, 다시 바로 잡아 곧게 써 내려간 줄도 있다의식적으로 화선지에 글을 쓴 게 아니라 그냥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외우고 있는 시를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것들이다그야말로 자유자재추사 이래로 처음 감동을 받게되는 솜씨이다창의성과 미학적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기운생동(
氣韻生動)이 있다

















소지 강창원 선생
1923년 생인 선생은 중국에서 자라며 어릴 적부터 서예를 배웠다해방 후 한국에 들어와 정부의 중국어 통역관을 지내기도 했으나
본업은 역시 서예가였다
국전같은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누가 나를 심사한단 말이야?"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던 까닭이라고 제자이자 카페 주인인 김종운 씨가 전한다김 씨는 늦은 나이에 선생에게 일문일답식으로 글씨를 익혔다명필의 글씨에 대해 느낌을 묻고 왜 그렇게 쓰고 구성하고 배열했는지 그 까닭을 배워나가며 차츰서예의 세계에 진입했다고 술회한다
오랜만에 시쳇말로 '안구정화'를 한 느낌이었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 자기 삶을 살겠다며 서예의 길로 입문한 카페 주인의 후반부 삶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는 '추사를 넘어'라는 저서 외에 네댓 권의 서예 관련 책도 저술했으니
'주제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제도권 바깥에 머물렀던 탓에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소지 선생에 관한 책도
집필 중이다
'멋'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거서루 拔 (3) | 2025.12.09 |
|---|---|
| 조각가 송영수 선생이 있는 풍경 (0) | 2022.08.18 |
| 법우 스님의 승무 (0) | 2022.08.16 |
| 노래하는 스님 혜명 (0) | 2022.08.16 |
| 백설헌 한국한복협회 회장(2021.10.20 국악신문 <대기자 인터뷰>) (0) | 2022.08.12 |